내용
2018년 퇴임을 맞아 상담교수직을 접으면서 그동안 교수로서, 상담자로서 활동해 오며 보고 느꼈던 점을 이 책에 정리해 봤다. 상담자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흐름을 담아내려고 했으며, 상담계가 안고 있는 허점과 상담의 장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어떤 점에서는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어떤 점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으리라 본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병리성이 심한 사람들은 지체 없이 전문 의료기관으로 넘겨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도 많다. 가령, 예상치 않은 불행을 맞이해 절망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도와야 할 때도 있다. 이들을 마냥 공감만 해주었다가는 불행을 기정사실로 고정시킬 우려도 있다. 현실적 사태인 만큼 괜한 분석이나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데, 그렇다고 정신 차리고 중심을 잡으라며 야단을 치기에도 딱한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그나마 안정을 얻을 수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나는 현실을 반영한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고 상담을 해왔는데, 이 새로운 방식은 ‘현실역동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후학들이 정착시키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현실 속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상담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현황을 훑어보고자 했다. 2장은 현실역동상담이 태동되기까지의 과정과 내 경험을 들려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3장에서는 한국의 상담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4장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이 지닌 가치나 잠재력을 짚어보았다. 퇴임을 맞아 상담에만 전념하게 될 나는 또 다시 상담의 외연을 넓히고자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역할을 통해 성현들을 닮아가고픈 꿈에 마냥 설레는 자신을 발견하며 상담 성과를 내는 결정적 요인은 다름 아닌 상담자의 ‘성숙도’라는 말을 다시금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