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김동순 선생님은 누구보다도 가장 현대적이시며 진취적이신 동시에 가장 전통적이신 분이십니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혹독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시면서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발휘해 오셨습니다. 특히, 한국의 여성으로서, 어떠한 시대 상황적 격랑 속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가정적·사회적 역할을 완수해 오셨습니다. 최초의 여성 정신과 의사로서 1986년 한국여성정신의학회를 창립하시어 초대 회장을 맡아 후배들을 이끌어 주신 점과 1991년 제23대 신사임당상(申師任堂像)을 수상하신 경력 등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서, 다섯 자녀의 어머니로서, 시부모의 며느리로서, 공부제일주의인 남편의 아내로서 맡은 바 소임에 늘 충실해 오셨습니다.
또한 개인과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해 오신 이동식 선생님의 사상과도 늘 같은 맥락 속에서 활동해 오셨으며 한국정신치료학회의 역사 속에서도 학회의 창립회원으로서, 2인자로서 늘 자상한 어머니처럼, 때로는 학회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려 깊은 관리자로서 학회의 부족한 점을 음으로 양으로 메워 오셨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회고록에는 선생님의 이러한 삶의 향기가 담겨 있으며,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를 풍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좀 더 활기가 넘치실 때 이러한 회고록의 집필을 부탁드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이 한 권의 책이 많은 후학의 삶에 큰 지혜를 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