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이 책은 인지치료의 탄생과정에서 아론 벡이 인간의 정신병리와 변화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켜 갔는지를 잘 담고 있다. 가령 이 책에는 그가 한 환자와의 자유연상 과정 중에 ‘자동적 사고’를 발견하고는 다른 환자들에게서 그 인지 현상의 존재와 중요성을 끈기 있게 확인해 가며 자신의 이론을 수립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기술되어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선행 사건과 당혹스러운 정서반응 사이에는 개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의식할 수 있는 생각이 존재하며, 개인이 이러한 생각을 인식할 수 있을 때 당혹스러운 정서반응은 이해 가능한 반응으로 바뀔 수 있고, 이를 확장하면 다양한 정서장애는 결국 사고장애로 이해될 수 있다는 인지매개가설, 다양한 정서장애가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은 사고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며 각 장애는 나름대로 독특한 사고내용을 지닌다는 인지적 특수성 가설, 정상적인 반응과 병적인 반응은 질적으로 서로 다르지 않으며 대부분의 정서장애는 정상적인 반응이 과장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는 연속성 가설, 부적응적 반응이란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적응적 반응이 과장되게 극단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하는 진화론적 시각 등이 가설이나 시각의 구체적인 명칭은 붙이지 않았어도 아주 분명한 언어로 기술되어 있다.
벡의 인지치료는 현대 심리치료의 중심적인 흐름을 이루고 있는 인지행동치료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치료로 평가된다. 이 책이 국내에 이미 번역된 『우울증의 인지치료』(원호택 외 공역, 학지사), 『성격장애의 인지치료』(민병배, 유성진 역, 학지사), 『아론 벡: 인지치료의 창시자』(권석만 역, 학지사)와 함께, 국내 독자들이 벡의 인지치료를 깊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