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승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죽음 뒤의 삶이란 무엇인가? 넋이 있다면 산 자들과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의식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C. G. 융의 분석심리학은 이 모든 물음에 대하여 어떤 응답을 해 줄 수 있는가?
한국융연구원 연구총서 제4권이 이 모든 물음에 대해 만족할 만한 응답을 주기에는 범위가 너무나 크고 깊다. 여기서는 주로 두 분석심리학적 연구를 통하여 여러 물음 중 죽은 자들의 넋을 보내는 제의의 심리학적 의미를 가지고 이에 대해 응답하기로 한다.
한 연구는 전통적인 유교적 상ㆍ장의례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 상ㆍ장의례에 수반되어 연출되는 우리나라 진도 특유의 민간 연희 ‘다시래기’에 관한 분석심리학적 연구다. 분석심리학적 연구란 궁극적으로 인간 무의식, 그 가운데서도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상들이 어떻게 외부 현상과 행위에 표현되고 있는지, 그 현상의 심리학적ㆍ상징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필자들은 융의 상징 이해의 방법에 따라 충실히 작업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본다.
각 연구에서 죽음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융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언급하기는 하였으나, 서문에서 그 대요를 소개하고 죽음과 저승, 죽은 자들을 위한 제의에 관한 분석심리학의 견해를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따로 작은 글을 마련하였다. 샤머니즘의 사령제에 관해서도 간단히 설명하면서 이와 관련된 문헌을 소개하였는데, 이 방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