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융은 정신치료와 종교가 만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였다. 처음에 그는 영지주의와 오리겐, 터툴리안, 니콜라스 폰 플루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등을 살펴보다가 나중에는 연금술을 연구하면서, 그가 처음 세웠던 가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졌다. 왜냐하면 연금술사들은 물질로서의 금이 아니라 정신으로서의 금인 전인(全人)을 추구했던 사람들인데, 그들 가운데는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영지주의를 자연과학 용어로 바꿔서 탐구하려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이 추구했던 전인은 죄의 문제를 극복하고 구원된 삶을 살려는 것이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사용했던 원물질, 안트로포스, 현자의 돌 등은 각각 무의식, 그리스도, 자기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연금술의 전개 과정인 검은색 단계·하얀색 단계·붉은색 단계 등은 죄악된 상태·정화 작용·구원에 이르는 단계 등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치료와 신비체험과 연금술 등은 궁극적으로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상태에서 온전한 상태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추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자연히 융의 분석심리학에는 종교적 사고가 많았고, 그는 종교적인 것들을 많이 다룰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관심을 가지고 다룬 것도 그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융의 분석심리학을 인간론, 죄론, 신론, 구원론 등으로 나누어서 종교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았고, 그 밖에 분석심리학 이론과 관계되는 종교 현상을 살펴보았다. 그것들이 뒤에 나오는 분석심리학과 종교, 종교 체험과 분석심리학, 영지주의와 분석심리학 및 기독교의 삼위일체 도그마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고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