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이 책은 민속방법론, 즉 Ethnomethodology를 국내 독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소개한 책이다. ‘Ethnomethodology’는 통상적으로 ‘민속방법론’으로 번역하여 사용해 온 만큼 이 책에서도 이를 따랐다. 민속방법론은 사회학이고 필자의 전공은 교육학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사례나 이야기 주제는 필자의 지적 배경, 특히 교육학을 공부하는 필자의 배경에서 혼종된 것들이다.
필자는 현상학이 질적 연구로 나아간다면 그리고 사회 연구로 나아간다면 민속방법론이라는 가교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질적 연구방법론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상학은 질적 연구방법론의 기초로 흔히 거론되지만, 현상학의 난해한 논리와 개념들을 이해하기에 급급할 뿐만 아니라 질적 연구방법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막연하기만 하다.
민속방법론은 사회학에서나 질적 연구방법론에서 지금은 주변화된 연구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민속방법론이 제기한 문제들은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할 것 없이 제기될 수 있는 생활세계에 관한 근원적인 탐구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여기’라는 기투적 존재 양상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생활세계는 벗어날 수 없는 실존적 조건이다. 민속방법론은 생활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해명하는 데에 지독하게 집착하며 그에 관해 경험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다. 생활세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마음속에 품으며 질적 연구방법론을 공부하는 이라면 한 번쯤은 민속방법론이 무엇을 다루고 싶어 했는지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