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영아들의 풍부한 경험과 자율성을 억압하고
정서적으로 소외시키며 자아를 박탈하는 존재는 누구인가?
분명 어린이집을 포함한 유아교육기관은 부모를 위한 곳도, 교사를 위한 곳도 아닌 영유아, 어린이들을 위한 사회문화적 환경이다. 그러나 정작 이 환경에서 어떤 경험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삶의 맥락에서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 경험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연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다양한 이론의 관점으로 어린이집에서 영아들의 경험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드러나는 모순과 이해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아주 매력적이다.
이 책에 따르면 교사들은 영아를 보살피는 것이 아니라 영아를 관리하는 관리자로서 Foucault가 말한 권력들을 공간, 시간, 놀이의 통제라는 사회적 권력의 모습으로 구체화, 언어화하면서 영아들의 풍부한 경험과 자율성을 억압한다고 말한다. 영아들을 대상화하고, 정서적으로 소외시키고, 영아들이 애써 형성하고 있는 자아를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사들의 모습은 교사 개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잘못이 아니라 교사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의 구조적인 문제임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존재인 영아들이 교사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어떠한 모습으로 이해하면서 ‘아동’으로 성장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 줌으로써, 영유아를 위한 보육과 교육이 삶 그 자체로서 우리가 어린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할 여지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