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문학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한다면 정신분석 역시 한 개인이 겪어 온 삶의 역사를 재정리한다는 점에서 이 상이한 두 분야는 비록 그 목적과 기법은 다를지 모르나 그 탐구 대상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그리고 문학과 정신분석은 자연스레 서로에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같은 배를 탔다는 인식에 도달한다. 오늘날에 이르러 정신분석을 배제한 문학비평은 속 빈 강정처럼 허전한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인간의 심층 세계를 철저히 탐색해 온 정신분석의 이론적 관점은 임상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그 손을 뻗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문학에 대한 분석적 탐구는 물리치기 어려운 유혹에 속한다.
비록 정신분석 이론이 처음에는 강한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특히 문학과 영화 비평 분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더군다나 문학이 정신분석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서 빚어진 갈등 문제를 다룬다고 볼 때, 어쩌면 한 배를 탔다고 볼 수도 있는 문학 영역에서 정신분석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작가의 의도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프로이트의 업적이 단순히 환자 치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일반 독자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정신분석 이론이나 용어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책에서는 마지막 부분에 ‘정신분석 용어 해설’을 추가하여 다소나마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