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아동 성학대 사건은 물리적인 증거가 부재하거나 신고가 지연되어 아동이 피해경험을 진술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동 성학대 사건에서 아동진술은 증거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아동진술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우리 사회는 2003년 12월 관련법을 개정함으로써 13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한 차례의 비디오녹화 진술을 통해 수사절차를 마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진술녹화만으로 아동진술의 신빙성을 확보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최근에는 경찰조사 단계부터 면담기법을 훈련받은 조사자가 아동을 면담하고 관련 전문가가 아동의 진술을 평가하는 등 제도적 차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성학대 피해아동을 치료하거나 (법정)면담하는 전문가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기한다. 아동 성학대 사건에 개입하는 전문가들은 치료자, (법정)면담자, 수사기관 종사자, 사회복지기관 종사자 등 다양하다. 전문가의 개입이 아동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자각은 전문가에게 강도 높은 전문성과 긴장을 요구한다. 아동의 진술능력이 아동 고유의 발달 특성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주의한 성인의 잘못된 개입이 아동의 기억과 진술을 왜곡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다.
이 책은 성학대 피해아동에 대한 면담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전문가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법정면담의 정의, 면담기법, 매체사용, 아동기억과 피암시성, 성학대 아동 평가, 거짓진술, 장애아동 진술, 문서화 등 성학대 피해아동 법정면담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여러 문헌과 지침을 통해 검토함으로써 성학대 피해아동을 만나는 데 있어 전문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점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성학대 피해아동 법정면담을 제도화하고 그것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1950년대부터 이미 성학대 피해아동 법정면담을 논의하고 제도화해 온 서구의 경험을 검토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전문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