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지난 2000년 『분석심리학과 기독교』를 처음 펴낸 이래 12년이 지났다. 그 동안 개정판을 내야겠다고 몇 번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학기 안식년을 맞아서 개정 작업을 시작하였는데 아직도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융이 말한 ‘삶의 최적성(optimum of life)’을 따른 것이고, 때가 된 것인 듯하다. 더 이상 미루어 보아야 더 좋은 것이 나올 수 없고, 미룰 수도 없다.
이번 개정판에서 전체의 반쯤은 새로운 원고들로 대체되었다. 처음의 3개의 장은 부분적으로 수정하였고, 4, 7, 8, 12, 14, 15, 16장들은 이번 개정에서 새로이 작성하였다. 특히 이번에는 우리나라 민담인 『흥부전』과 『심청전』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고찰을 새로 넣었고, 성경에서 의인(義人)의 고난이라고 일컫는 『욥기』에 대해 융이 쓴 『욥에의 응답』을 인간의 신관(神觀)의 발달과 함께 조명한 새로운 글을 수록하였다. 이는 종교와 신앙을 가지기 어려워진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에 대한 작은 응답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융은 자신의 말년에 연금술과 정신치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이 개정판에는 연금술과 분석심리학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에 대한 글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