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신비체험에 대한 보고는 그 전에 비해서 많이 들리지 않는다. 의식이 발달한 현대인들은 그 전과 다른 방식으로 신적 실재를 체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신적 실재를 향해서 나아가게 해 주는 상징이 많이 탈령화脫靈化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사실이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그 실재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대인들은 일상적인 삶의 무료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불분명한 충동이나 격정에 사로잡히고, 무의미성과 허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파괴적인 세력에 희생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을 우리는 현대 세속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불경不敬과 악마적인 현상에서 많이 목격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신적 인간성humanité divine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심층에 다가가려고 했던 신비가들의 체험은 현대인들에게도 많은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C. G. 융은 신비가들이 다가갔던 인간 존재의 심층을 그들과 다른 방법으로 다가가려고 하였다. 그는 신비가들이 금욕, 고행, 관상을 통해서 다가갔던 인간의 심연深淵을 꿈, 환상, 증상 등 정신현상과 영지주의나 연금술 등 종교적인 문서를 통해서 다가가려고 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려는 신비가들은 세 명이다. 12세기 이탈리아의 아시시에서 활동했던 성 프란체스코, 17세기 프랑스의 태양 왕 루이 14세 치하에서 활동했던 마담 귀용, 18세기 영국에서 활동했던 종교개혁의 마지막 주자走者 존 웨슬리가 그들이다. 그들의 삶과 체험을 살펴보고, C. G. 융의 분석심리학적 입장에서 조명해 보려고 한다.